3살 난 엘리자벳은 첫 인상이 인형 같았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코를 훌쩍이고 엄마 손을 꼭 잡고 앉아있던 눈이 큰 꼬마 숙녀. 엘리자벳 엄마의 말에 의하면 일년의 대부분을 코감기로 훌쩍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카락에 콧물이 범벅이 되어, 그때마다 항생제를 사용했는데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치료를 하는데도 코감기가 계속 오는 데, 알레르기인지 감기인지 궁금하다며 한방약을 사용하고 싶다고 가능한지를 물어왔다. 한방을 처음 접하는 엘리자벳 엄마에게 간단하게 음과 양의 원리와 각각 장부의 기능과 상관관계, 그리고 맥진에 대해 설명해줬다. 엘리자벳은 폐기운이 약하여 호흡기 관련 면역능력이 저하되어 감기 바이러스나 공기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과 단순히 콧물 멈추게하는 약물치료가 아닌 근본치료로 폐기능을 보강하여 면역력을 좋게하면 알레르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 진단명 – 만성 알레르기 비염
코에 특정 물질이 들어 올 경우 코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발작성 재채기, 많은 양의 콧물, 코막힘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 알레르기 비염과 코감기의 차이점 )
- 알레르기성 비염
코 안 점막의 세균을 걸러내고 가습역할을 해주는 점액이 있는데 평소에는 밖으로 흐르지 않으나 알레르기 물질을 만나면 자극되어 과잉으로 생성되어 흐르게 된다.
특징: 수액성 콧물이 코에서 계속 흘러내리나 열이 없다.
- 코감기
콧물은 감기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누런 콧물로 바뀐다. 이때 휴식과 영양을 취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콧물이 멈추지 않고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야한다.
-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 및 성격진단
- 외부적 요인
알레르기성 항원으로는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대기오염, 음식물, 찬공기 등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환경과 물질이다. 몸의 면역체계가 약해져 있을 때 이런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서 증상이 나타난다.
- 내부적 원인
알레르기 비염은 일년 내내 반복적으로 증상을 나타내는데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된다. 스트레스 자극이 뇌의 중추신경과 면역, 내분비, 자율신경에 영향을 주어 항상성 유지를 혼란시킨다고 본다. 한방에서는 폐장의 기, 비장의 기, 신장의 기가 허약해져서 항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일어난다. 몸에 생기는 과도한 체열을 조절하지 못하고 열이 쌓여 인체의 열을 조절하는 코, 기관지, 폐에 과부하가 생기고, 그로인해 코의 점막이 건조해지고 점막의 기능저하로 알레르기 비염이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 성격진단
폐기가 약한 이들에게서는 대부분 의기소침하고 내성적인 성향이 많이 나타난다.
- 좋은 음식
- 대추차
대추를 끓여 씨를 발라낸 후 껍질을 채에 거르고 즙을 낸다. 100cc의 물에 대추즙 1티스푼을 넣어 마신다. – 코의 점막을 보강시킨다.
- 곶감죽
곶감 5개를 잘게 썰어둔다. 현미죽을 끓이다가 죽이 풀어지면 썰어 둔 곶감을 넣어 함께 끓인다. – 면역 보강에 좋다.
- 생강차
생강을 껍질 채 얇게 썬 슬라이스 3개 정도에 물 400cc를 넣고 끓여서 복용한다. – 통증 완화와 신진대사 촉진, 살균효과가 있다.
한국의 어린이들도 먹기 힘들어하는 한약을 어떻게 외국인인 엘리자벳이 먹을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우선 아주 작은 양으로 1회에 30cc를 만들어 이틀 복용시켜 보기로 했다. 못먹으면 과립이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고. 근데 웬걸, 이틀 뒤에 다시 내원한 새침했던 엘리자벳이 웃으며 “I like black tea. Please, give me some more black tea.” 하는 것이 아닌가. 애 엄마는 콧물이 덜 나온다며 연신 “Thanks a lot!” 을 연발한다. 2달만에 엘리자벳의 만성 비염은 치료되어, 자고나면 줄줄 흐르는 콧물로 뒤범벅이 되던 머리카락도 깔끔해졌다. 그 이후로 엘리자벳 부모와 그 친구들이 나의 외국인 환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쓴 한약을 어떻게 먹이냐고, 안먹으면 어떻게 해요 하는 엄마들에게 난 가끔씩 말한다. 3살짜리 외국 아이도 I like black tea를 외치는데, 우리 토종들이야 뭐가 걱정이예요. 하하하… …